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몇 년동안 기술경영 대학원(Management of Technology, MOT)에서 박사과정에 참여하면서, 기술혁신과 시장개발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두루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논문이 통과되어 정식으로 박사 학위를 받기에는 시간이 더 걸리겠으나, 여러 면에서 사고를 확장하는 기회였습니다. 기술경영 과정의 핵심은 신 기술을 이용한 혁신 제품의 사업화입니다. 그러나, 기술혁신만큼 제 관심을 많이 끌었던 주제는 사업모델의 혁신(Business Model Innovation, BMI)이었습니다. 아마도, BMI 곳곳에 스며 들어 있는 시장개발의 요소들 때문일 것입니다. 마침,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사례 분석한 책이 있어서 이번에 소개해 볼까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들이 제시한 업무구조(Framework)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들이 수집하고 분석한 사례들은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중에 현재 내가 속한 기업조직의 문제점에 대한 해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책의 저자들부터 살펴 보시지.
저자 소개
최근의 경영분야 책들의 특징 중 하나는 주요 저자 중 한명 이상이 인도출신 학자라는 것입니다. 워낙 인구가 많아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살짝 부럽기도 합니다. 한국은 <블루오션>의 저자인 김위찬 교수를 제외하면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 책은 두 명의 저자에 의해 공동 집필 되었는데, 그 중 한명인 Karan Girotra는 인도 출신으로 현재 Incead MBA 교수입니다. 다른 한명인 Serguei Netessine은 컴퓨터 공학자 출신으로 역시 Incead MBA에서 기술 혁신 부문을 담당합니다. 저자들은 Warton school을 통해 인연을 맺었고, 그 곳에서 BMI 관련 강의를 한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 때의 강의 경험과 사례 분석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요... 다음 사이트(https://vimeo.com/93611244)에서 Karan Girotra의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이들이 생각하는 BMI의 요소와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 보시지요.
Risk-driven BMI
책의 원 제목, Risk-driven business model은 저자들의 생각을 상당부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보듯이 모든 사업모델은 그 자체의 리스크와 의사 결정 패턴이 녹아 있기 마련인데, 저자들은 그와 같은 요소들을 다시 점검하고, 현 상황에 맞게 일부의 요소들을 수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로 인한 변화가 실제로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에너지 및 화학 산업을 비롯한 많은 B2B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혁신은 제품이나 기술로 구현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들은 수 많은 사례 분석을 통해 획기적인 기술의 도입이나 새로운 시장의 발견이 시장개발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들이 분석한 혁신의 종류는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BMI 혁신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간이나 창의적인 노력과 같은 다른 자원에 비해 저렴한 자원를 이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특히, 신 사업 개발에 중요한데, 성공 가능성을 측정하거나 재빠른 실패로부터 개선점을 찾아 내는 반복 실험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BMI는 대체로 외부에서 작고 사소한 변화를 수반하므로, 경쟁사들의 벤치마킹 목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들이 제시하는 BMI 방법론이 과연 무엇일까요?
BMI Practice
수 많은 사례 연구를 통해, 저자들은 사업모델은 크게 두 가지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혁신의 방법으로 4가지의 방안을 제시합니다. 아래의 그림에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업모델의 두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조직의 성과는 점차 하향될 것이고, 이를 반영하여 4가지 혁신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면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맞추어 이 책의 절반은 4W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좀 평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신, 의사 결정에 숨은 두 가지 리스크에 대해서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보 불균형에 대한 리스크는 충분한 정보 없이 의사 결정을 하게 되는 위험을 의미하고, 보상체계 리스크는 가치 사슬의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보상을 기대하여 활동하게 되는 위험으로 정의합니다. 후자의 경우는 2012년에 발간된 론 애드너(Ron Adner)의 책, <The wide lens> (혁신은 천개의 가닥으로 이어져있다)의 논점과 유사합니다. 20여년 동안 경험했던 시장개발을 돌이켜 보면, 사업모델을 설계하고 수정해 나가면서, 가장 중요하고 힘들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사업은 - 특히 기술 중심의 B2B 산업에서- 가치 사슬의 참여자가 모두 이익을 보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갑니다. 일반적으로 이해관계자가 많을 수록 균형점을 찾는 것은 어려워집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생략하고 싶으면, 전자산업의 삼성처럼 수직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의사결정의 리스크가 커지게 됩니다. 리스크와 관계된 부분은 다음 편에 다시 소개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저자들이 제시한 BMI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래의 표는 4가지 혁신 방안을 매트릭스로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정리하면, 위의 4W 업무구조를 참고하여, BMI를 두 리스크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성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게 되면, 주어진 환경에 최적화된 사업모델을 재구축 하게 되어 위험 부담이 큰 리스크의 사전 관리가 가능하게 되고, 사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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