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
1950년에대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책임자 르벨(Roger Revelle)은 한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 올랐습니다. 당시 극소수의 과학자들이 대기중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가 보기에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한 장소에서 장기간 측정해보면 의미있는 그래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지루한 일을 성실하게 수행할 연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마침, 이런 일을 책임감있게 수행할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지금도 기후 변화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찰스 킬링(Charles David Keeling) 박사입니다. 르벨은 킬링을 만나 연구의 필요성을 설명하였고, 그를 책임자로 영입하였습니다. 킬링 박사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이 일을 수행하여, 1958년부터 그가 죽기 바로 전인 2005년까지 50년 가까이 측정을 지속했습니다. 먼 훗날에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만한 일입니다.
르벨과 킬링은 이상적인 측정 장소로 높은 산 위에 있어야 할 것과 공해를 유발하는 요인이 없을 것, 그리고 적도 가까이에 있어서 지구의 평균과 가까울 것 등을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산 해발 4,000m 정상 근처에 관측소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킬링 박사의 아들과 더불어 여러 과학자들이 지구의 공기 조성을 조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위 그림의 상단 부분에 있는 연구소 전경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모습입니다. 근사하지요? 이렇게 경치가 멋있는 곳에서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그러나 매우 무서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위의 왼쪽 그래프). 그래프의 가로축에는 측정을 시작한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연도가 표시되어 있고, 세로축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백만분의 1(ppm)의 단위로 표시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400ppm이라면, 공기분자 100만개 당 이산화탄소 분자가 400개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킬링 박사가 측정을 개시할 무렵에는 313ppm 수준이었는데, 매년 약 0.7ppm의 비율로 증가하여, 현재는 420ppm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다시말하면, 지구의 공기 중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즉각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게 내 삶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대답은 차차 보더라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기후 변화와 관계된 모든 질문은 바로 이 그래프에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50~60년 동안만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변했을까요? 가로 축의 시간을 엄청 확대해보면 어떤 그래프를 얻을까요? 과학자들은 쉽지 않아 보이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았습니다. 남극이나 그린랜드와 같은 얼음의 땅에 있는 빙하코어(ice-core)가 핵심입니다. 하늘에서 눈이 내려 땅에 떨어지면 직후에는 가볍고 폭신폭신합니다. 사람도 강아지도 좋아하는 일이지요. 그런데, 눈이 녹지않은 상태에서 계속 쌓이면 무게가 늘어나서 아래 부분은 점점 단단하게 다져집니다. 마치, 구멍이 숭숭 난 얼음처럼 변하게 되는 것인데요, 그 위로 다시 수백~수천년간 눈이 쌓이면 빙하가 만들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눈 속 깊이 있던 공기는 작은 공기 방울 형태로 얼음 속에 포획됩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이 공기들은 그 당시의 지구 대기 상태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말 그래도 ‘대기의 화석’이 되는 것이지요. 자, 이제 석유를 시추하듯이, 원형의 긴 파이프를 빙하속으로 집어넣고, 샘플을 뽑아내면 과거의 대기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위 그래프의 아래 부분은 이런 목적으로 세워진 러시아의 보스토크 남극 연구소의 전경과 관측 결과입니다.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일단 가로축의 시간이 엄청나게 확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눈금 하나가 1,000년을 의미하니, 처음의 데이터는 80만년 전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다시 그래프를 보면, 80만년전부터 최근까지 지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주기적으로 변화했습니다. 대략 200ppm에서 280ppm 사이를 5만년의 간격으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파란 선은 이 기간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를 나타낸 것입니다. 두 가지가 눈에 띄실 겁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와 지구의 평균 온도는 거의 같은 패턴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즉,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지구의 평균온도도 증가합니다. 그러나, 온도의 편차는 조금 더 심하게 움직입니다. 두 선을 비교해보면, 온도를 나타내는 파란 선이 조금 더 지저분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매우 소중한 지식입니다. 그러나, 이 그래프를 위의 킬링 커브와 비교해보면 섬칫해 집니다. 아직 아니신가요? 조금 더 읽어보시면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무섭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두 그래프를 보면, 최근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구가 지난 80만년동안 경험해 보지 못 한 수준입니다. 이것은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80만년동안 일어나지 않던 일이 발생한 것은 뭔가 중요한 변수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는 이 변수과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화석 연료를 연소시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인류의 생산활동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지요. 그렇다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대기중에서 증가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이산화탄소와 온실효과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채소들은 잘 자랄 수 있는 성장 환경이 있습니다. 온도, 습도, 흙의 영양, 태양광 등이 이런 환경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인간이 조절할 수 없던 영역이어서, 인간은 자연 환경의 변화에 순응하여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요. 비료의 생산으로 흙의 영양 상태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온도와 습도는 비닐하우스 등의 온실을 만들어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사시사철 푸른 야채를 먹을 수 있게 된 원인이지요. 덕분에 오랜 기간 인류가 경험했던 대기근의 참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참 좋은 일입니다. 그렇다면, 온실은 어떻게 한 겨울에도 온도를 유지할까요? 아래 그림을 보시지요.
열은 물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합니다. 열평형이라는 안정된 상태를 원하기 때문인데요. 중학교 과학시간으로 돌아가보면, 열의 전달은 전도, 대류, 복사라는 세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전도와 대류는 열이 매질을 통해 전파되는 반면, 복사는 열이 전자기파의 형태로 전환되어 전달되는 현상입니다. 옆에 사람이 때리거나 밀쳐서 아픈 것이 전도와 대류라면, 복사는 옆에 사람이 째려만 봐도 몸이 아픈 현상입니다. 복사를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면이 있지만, 더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복사는 표면이 뜨거울 수록 에너지가 집약되어 전달됩니다. 다른 말로 전자기파의 파장이 짧아진다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따라서, 태양의 복사는 파장이 짧은 단파 위주이고, 지구의 복사는 파장이 긴 것이 특징입니다. 야채를 키우는 온실은 태양의 단파는 거의 모두 받아들이지만, 지구의 장파는 일부만 내보내고 흡수합니다. 에너지면에서 이득이 크지요. 그 원인으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구는 어떨까요? 지구도 일정 부분 온실과 비슷합니다. 지구의 대기가 이런 온실의 역학을 하는데요, 그렇지 않다면 태양이 비추는 낮에는 매우 더울 것이고, 밤에는 다시 엄청 추워질 것입니다. 대기중에서 이런 역할을 주도하는 것이 수증기와 이산화탄소입니다. 이들이 태양의 단파를 통과시키고, 지구의 장파는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온실가스(Green House Gas)라고 부르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물론,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어서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이제, 이산화탄소의 농도, 온실 효과, 지구 온난화 등이 하나의 현상을 지칭하는 표현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범과 호랑이와 Tiger의 관계와 같습니다.
정리해보면, 온실효과는 인류와 생태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해왔습니다. 지구에만 유독 엄청난 생물 다양성이 존재하는 근본 원인이지요. 그러나, 이 온실효과가 너무 강화되어 실내 공기가 더워지면 삶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들은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연재해로 농사를 다 망쳐 인류를 괴롭히던 대기근의 현상이 (현상은 다르지만) 다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우려하고 경고하는 일이고, 찰스 킬링 박사가 산 꼭대기에서 평생을 바쳐 연구하고 기록한 배경입니다. 지구는 농촌의 비닐하우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온실이어서, 현상과 피해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과학자들의 예측이 빗나간 것을 조롱하면서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습니다.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안락함을 느끼는 개구리의 모습과 비슷한데, 뛰쳐 나가거나 살 방법을 찾아보는 노력이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일 것입니다.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
그렇다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다시 적당한 수준으로 줄이는 방법이 무었일까요? 일단, 이산화탄소는 물에 녹고, 식물의 광합성에도 쓰이기때문에, 농도가 증가하지만 않는다면 자연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습니다.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옮겨 가야한다는 주장에 점점 힘이 실리는 이유이지요. 이것은 인류의 지성과 의지의 문제입니다. 과학자보다 정치가들이 더 잘하는 일이지요. 향후 수십년간 이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정책적 실험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가지고 다른 일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를 모아다가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는다면, 즉 이산화탄소가 물질의 원료가 된다면 대기중의 농도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술을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그리고 응용 기술이라고 합니다. 과학자들이 밤새워서 연구하고 있는 중인데, 현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CO2 Capture and Storage, CCS) 기술
기체 상태인 이산화탄소는 내연기관이 있는 배출원에서부터 포집되고, 이후 수송 및 저장되는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아래 그림 참조)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법에는 연소 전, 연소 후, 수소 분리법 등으로 나눠집니다. 우선 연소 전 포집 방법으로는 석탄 또는 천연가스에 의한 합성가스로 산소와 수소, 이산화탄소를 분리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동시에 수소를 생산하게 되는데요, 현재 주목받고 있는 수소 자동차의 핵심인 수소 원료의 생산 방법입니다. 부생가스라고도 부릅니다.
연소 후에는 배기가스에서 발생 된 이산화탄소에 흡수제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대규모의 공장들은 굴뚝에 이런 장치를 달아서 이산화탄소 및 다른 유해 가스가 대기중으로 이동하지 못 하게 합니다. 아직은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순도 95%이상의 산소와 배기가스를 사용하여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순산소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응축과정을 통해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렇게 모아진 이산화탄소는 격리 혹은 저장하는 곳까지 수송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대략 1,000km 미만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동하고, 1,000~1,800km는 내륙 파이프를 통해, 그리고 그 이상은 선박을 통해 수송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모아진 이산화탄소는 어디에 쓰일까요? 일단, 이산화탄소를 저장시킬 수 있습니다. 지중, 지표, 해양 저장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지중저장기술은 800m 이상의 지하수층에 저장하는 기술로 석유 및 천연가스를 채취하고 남은 땅속 웅덩이에 저장시킨다고 보시면 됩니다. 잘만 가두어 놓으면, 1,000년 이상 보관시킬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됩니다. 해양저장 기술은 1,000~3,000m 이하의 해저에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분사하여 저장하는 방식인데,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긴 하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충분히 안정화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현재 본격적으로 사용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표저장은 이산화탄소를 광물에 반응시키는 화학적인 저장 방법인데, 가장 효과적인 저장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상용화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과학자들의 기대가 큰 기술입니다.
2014년 캐나다 서스케처원(Saskatchewan) 주는 세계 최초의 상업적 규모의 CCS 시설인 바운더리 댐(Boundary Dam)이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이산화탄소를 커다란 탱크에 집어 넣고 보관하는 시설입니다. 이 댐이 최대로 활용된다면, 매년 25만대의 자동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CCS 연구소(Global CCS Institute)에 따르면, 현재 운영중인 대규모 CCS 프로젝트는 이 댐을 포함해 14개라고 합니다. 이 중 8곳은 이미 건설중이라고 하니, 진도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저장만 해서는 거의 아무런 경제적 이익이 없기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사용하여 활용하는 기술이 같이 발전해야 합니다.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
그렇다면,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식물 생장에 이용하거나 의약품을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 공대 연구진이 설립한 벤처기업 클라임웍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온실로 보내는 상용화 설비를 개발했습니다. 온실에 들어간 이산화탄소는 작물의 광합성 능력을 향상시벼 성장이 빨라지게 합니다.
이산화탄소에 수소, 산소를 반응시켜 새로운 화학물질로 합성하는 방법도 연구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산화탄소가 매우 안정적인 구조여서, 반응을 촉진시킬 수 있는 ‘촉매’의 개발에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수증기에 녹인 뒤 촉매 표면에서 반응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시스템보다 저렴하게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2021년에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인데, 한국을 비롯한 여러 연구 기관에서 집중하고 있어서 조만간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경제성과 안정성의 언덕을 넘어서지는 못 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의미있는 소식이 이어지길 희망해봅니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현상과 해결 방안들을 두루 살펴 보았습니다.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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