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작성자 사진전병옥

하이테크 산업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

창업이후 2년 넘게 기술중심 산업의 마케팅 분야를 연구하게 된 것은 여러면에서 좋은 기회였습니다. 기업 조직 내에서도 고심했던 내용이지만, 외부에서 보니 좀 더 객관적으로 내용을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책도 출간하게 되었으니까요.. 이 기간동안 많은 분들을 만나서 산업 전반에 대해 유익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산업 관계자들이 현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하는 데 있어서는 많은 우려가 생기기도 합니다. 실제로, 산업 전반의 통계를 보면, 위기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석유화학의 몇 몇 대기업들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침체 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이 위기인 것은 그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 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기술혁신에 의한 경쟁우위 확보… 하이테크 산업의 가장 중요한 전략인데요.. 전반적인 범용화 과정으로 인해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고객들의 협상력이 비대칭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가격 인하 압력으로 인한 이익률 감소는 불가피한 일이 된 것이지요. 새로운 경쟁 제품으로 위기를 벗어나고 싶은데, 그런 제품을 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여러 다국적 대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인수 합병에 의한 포트폴리오 전략 외에 기술과 제품 혁신에 대한 의미있는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가치 사슬 구조에서는 협상력이 1이라고 낮게 되면, 그 기업은 10 이상을 잃게 됩니다. 산업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현재는 가장 약한 고리인 판매 대리점 (Sales channel 혹은 Distributor)들이 이런 과정을 혹독하게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후에는 한국에 대략 5만여개 정도 있는 중소(매출 500억 이하) 정밀부품 제조사들이 매출과 이익률 감소라는 위기 상황을 겪을 것입니다. 외국 대기업에 비해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한국의 대기업들도 조만간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판매 대리점들을 위한 여러 방안이 있겠고, 다방면으로 시도하고 있겠습니다만, 우리가 제시하는 방법은 온라인 플랫폼(online platform)을 설치하거나 확대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회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 소개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의 구매 행위를 온라인으로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은 필요에 따라 계속 유지하거나 의도적으로 축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는 것입니다 (Multi-channel sales). 가격 구조를 낮추고 고객들의 변화된 구매 행위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개월간 이런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온라인 채널을 본격화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거나, 화학 산업과는 맞지 않는 다는 의견이 많더군요. 그 외도 여러 의견들이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정리해보면 아래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관계자들이 주로 제기한 의문들과 그에 대한 제 답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후 논의에 밑바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답은 물론 해봐야 알 겁니다. 그에 대한 것도 준비하고 있으니, 이후에 더욱 많은 논의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Q1. Online channel이 왜 필요하지? 

사실, 판매 방식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마케팅을 디지털화 한다는 것이 매우 생소할 수 있습니다. 특히, 화학 산업과 같이 전통적인 산업에서는 과거의 방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랜 기간 다져진 사업 관계를 통해 사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겐 더욱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여러 조사에 의하면 기업 고객의 80% 이상이 온라인에서 제품 정보를 수집하고, 제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2014년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대략 60% 였으니, 이렇게 보면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이런 조짐은 많이 경험하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영업 사원들은 핵심 고객들과의 미팅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예전만큼 공급사의 영업 담당자들을 만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별다른 제안 없이 시간만 뺏긴다는 반응을 많이 보입니다. 조사에 의하면 (Accenture), 83% 이상의 구매 담당자들이 정리가 잘 된 기술자료나 컨텐츠를 이메일로 받는 것이 직접 미팅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경향은 고객들의 연령이 낮을 수록 더욱 심합니다. 실제 구매를 담당하거나 제품 성능을 시험하는 담당자들은 거의 40세 이전이라고 봐야하는데, 이들은 공급자들과의 직접적인 사업관계를 거북해 하거나(36%), 선호하지 않습니다 (32%). 이들과는 예전처럼 저녁에 술 한잔 하면서 관계를 쌓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반면, 이들은 디지털 방식을 선호합니다(68%). 인터넷이나 블로그를 통해 제품 정보를 수집하고, 추후에 검증합니다. 이 과정에 영업 미팅은 필요 없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더 편합니다. 다시 말하면, 디지털 컨텐츠가 가장 강력한 영업 도구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컨텐츠의 전달 방식도 이메일과 더불어 SNS나 YouTube와 같은 디지털 방식을 선호합니다. 사실, 조금만 관찰해보면 이런 현상은 그렇게 놀라울 것이 없는데요... 이미 필요한 많은 생필품들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있으니, 회사의 업무에서도 비슷한 구매 경험(Buying experience)을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변화된 구매 행위(Buying behavior)에 맞추려면,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해야 합니다. 어떤 제품들은 아직 이런 사업 환경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빠른 시간안에 변화할 것이 분명합니다. 판매 대리점들에게는 더 시급한 일입니다. 대기업 제조사들은 이미 온라인 판매 방식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기존 판매 대리점들의 위치를 빠르게 대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Q2. 어떻게 적용할 수 있지? 

사실,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의 제안이 multi-channel platform인 것은 이런 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오프라인에서 하던 방식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렵고 위험한 일입니다. 대신, 기존 오프라인에 온라인 방식을 추가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최근에 강화도 포구에서 횟감들과 젓갈을 산 적이 있는데, 거의 모든 상점들이 온라인 판매 방식을 병행하고 있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한 번 경험하여 신뢰가 있는 상점이라면, 이 후에는 굳이 강화도에 갈 필요 없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되니 훨씬 편한 일입니다. 우리는 화학 산업의 유통 방식이 이런 것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이제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구매를 가능하게 해 주자는 것이지요. 고객들이 원하는 시점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화학 제품의 특성상 이와 같은 방식이 불가능하거나 비효율적인 제품도 많습니다. 우리가 Multi-channel을 제안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하면서, 취급하는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온/오프라인 판매의 최적 조합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기에, 먼저 시도하여 안정화시키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입니다.  


Q3.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온라인 판매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근사하게 웹사이트를 디자인 해야 하고, 운영하는 사람들도 필요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비용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여러 전문 제작사들에 의해 다양한 템플릿 (template)이 이미 개발되어 있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웹 디자이너 없이 본인이 직접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말이지요. 물론, 온라인 플랫폼이 확대되어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겠지만, 그건 그 자체로 나쁜 상황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은 낮은 비용으로 순발력있게 시작해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제품 판매 방식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방식 (e-commerce)로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만, 사실 이 안에는 더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확보한 고객들의 구매 행위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정 제품에 대한 구매 주기, 제품 개발 시기, 선호하는 구매 방법, 가격 협상 방식 등... 오프라인에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고객의 구매 행위를 온라인에서는 비교적 쉽게 확보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정보들은 그 자체로 매우 강력하게 작동할 것입니다. 고객에 맞는 제안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이 정도까지 발전하면 기업의 마케팅 비용은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신제품을 소개할 때에도 온라인 플랫폼은 매우 효율적입니다. 사실, 품질과 가격에서 매우 경쟁력있는 제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품을 홍보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의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정보를 노출시키고, 핵심 고객들을 찾아 보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걸릴 뿐, 제때에 고객의 관심을 유도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온라인에서 확보된 고객 네트워크와 SNS 등의 디지털 마케팅을 병행하면 효율성을 매우 높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multi-channel sales 전략에 대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정성적인 조사에 의존한 것입니다만, 충분히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유추한 내용이니 일반화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위와 같은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점점 가속화 될 것으로 믿습니다. 누가 먼저 시도하여 최적의 온/오프라인 조합과 운영 방식을 찾을 것인 지가 핵심입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 연구소도 이와 같은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시도해 볼 예정입니다. 저희와 같이 찾아보면 좋겠습니다만, 그게 아니더라도 최적의 방식에 대해 서로 경쟁하고 토론하는 분들이 많아 지는 것도 환영합니다. 기대가 됩니다. 

조회수 24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바이오 파운드리: 동향과 전망

한국은 반도체 파운드리에 대한 논의가 뜨겁지만, 글로벌 산업 지형은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에 훨씬 더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 분명한 이 분야에 대해 사례 분석과 함께 정리해 보았습니다. 유익한 내용이 되길 바랍니다.

지속가능발전과 ESG 경영

저희같은 컨설팅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은 온통 ESG로 채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ESG와 관련해 해야할 일도 많고, 특히 시급히 채택해야 일도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희는 ESG 브랜딩에 중점을 두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새로운 마케팅 길잡이 - ESG 브랜딩

한 산업에서 기업의 경쟁우위 요소가 지속적으로 희석되고 있습니다. 좋은 제품과 저렴한 가격, 오랜기간 형성된 시장의 신뢰 대신, 사회적 가치가 새로운 경쟁우위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에 맞는 브랜딩 전략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전통적인 산업인...

Comments


bottom of page